[푸른 리뷰] 내가 그렸으나 나를 바라보는

구야_표지

 김나정 장편소설 구야, 조선 소년 세계 표류기

 _원종국(소설가)

 

학교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할 때 이런 흰소리를 가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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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을 땐 고민해야 될 게 많습니다. 배우를 몇이나 누굴 쓸 건지, 해외 로케를 갈 건지 세트를 제작할 건지, 촬영 장비며 시대 고증을 살린 의상이나 소품을 얼마나 어떻게 쓸 건지, 특수효과나 CG는 또 어떻게 할 건지 등등등. 이런 것들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서 (엄지와 검지를 이어 붙이며) 이게 달라집니다. 그렇지만 소설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가락을 풀어 머리를 가리키며) 이 속에 다 있으니까요. 우리한텐 종이하고 연필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걱정들 마시고, (다시 머리를 가리키며) 이걸 쓰세요. 우리에겐 상상력이 곧 제작비고 연출력입니다. ……쉽겠지요? 이것만 있으면 되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말도 못 된다. 이런 말은 잠시잠깐의 의욕 고취용일 뿐이니까. (한 번만 더 가리켜보자) 문제는 이거다. 과연 이 속에서 그것들이 모두 ‘스탠바이’하고 있느냐 하는 것. 내면 심리나 갈등 구조는 잠깐 내려놓더라도, 과연 캐릭터와 사건이 시공간적 배경에 맞게 잘 세팅되어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원고지 한 장도 못 넘기고 ‘엔지’를 외칠 수밖에 없을 터다.

잡설이 길었던 건 김나정 장편소설 『구야, 조선 소년 세계 표류기』(이하 『구야』)의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주인공은 17세기 조선 현종 대의 13세 소년, 구야. 구야는 도화서 화원이었던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화가를 꿈꿨으나, 호열자(콜레라)가 창궐하여 식구를 모두 잃고 주막의 머슴이 되었다. 때마침 조선에 표류해 억류되어 있던 하멜 일행을 만나 함께 탈출을 감행, 일본의 나가사키에 체류하며 돼지를 치다가, 동인도회사 소속의 황금 히아신스호를 타고 네덜란드로 떠난다. ‘빌지의 쥐’로 배 바닥의 물을 퍼내는 중노동을 겪은 데다, 선상 반란으로 해적의 소굴이 된 배에서도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네덜란드 해군에 일망타진되어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해적 선장의 초상화를 그렸던 기억 덕분에 구사일생, 감옥에 갇혔다가 화가 렘브란트를 만나게 되어 그의 마지막을 지키는 제자가 된다.

『구야』는 17세기 조선과 일본,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고, 해적선에서의 활약을 다룬 모험소설인 데다, 실존 인물인 렘브란트의 예술혼이 일정 부분 반영된 팩션이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3년간 오롯이 겪어내는 한 소년의 성장담이다. 웬만한 작가의 웬만한 결기가 아니고서는 집필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할 터. 그러나 『구야』의 초고 말미에 하멜, 바다, 해적, 일본미술사, 네덜란드의 풍물, 렘브란트 등과 관련한 참고자료 목록이 30여 개나 붙어 있던 걸,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요컨대 『구야』는 허투루 기획되고 쓰인 소설이 아니라는 말이다.

렘브란트가 젊은 시절 그린 자화상(1629년 작)

렘브란트가 젊은 시절 그린 자화상(1629년 작)

렘브란트1669

렘브란트가 노년기에 그린 자화상(1669년 작)

그 가운데 이 모든 걸 하나로 묶어주는 ‘그림’이 있다. 특히 렘브란트의 「자화상」들. 어쩌면 그의 ‘청-장-노년기’에 지속적으로 ‘다시, 또’ 그려졌을 이 그림들은 ‘두려운/도전’ ‘편안한/초조’ ‘만족한/회한’ 등등이 혼재된 표정으로 ‘감상자 (또는) 화가 자신’을 넌지시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또 어쩌면 집필 기간 내내 김나정 작가의 작업실에 붙어 있었으리라 짐작되는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自畵像]’. 내가 그렸으나 나를 바라봄으로써, 나의 내면까지를 기억하는 ‘어떤 자아(自我)’ 또는 ‘어떤 타자(他者)’.

“만약 내가 나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구야는 모델이 아니라 화가로서 자기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95쪽) 그래서 고향을 떠나 세계를 표류하게 된 조선 소년 구야는 “상상의 나와 진짜 나는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면, 영영 진짜 자기 얼굴을 보지 못”(94쪽)할 거라 여기며, 마침내는 “모든 사람과 시간들은 사람 속에 흔적을 남긴다”(241쪽)는 걸 깨닫는다. 그리하여 『구야』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로만 가득한 ‘구야 없는 구야의 자화상’을 벽에 그려 넣는 것으로서 또 다른 의미의 자화상을 독자의 가슴에 아로새긴다. 비록 『1653년 바타비아발 일본행 스페르베르호의 불행한 항해일지』(일명 『하멜 표류기』)의 어느 한 구절에도, 캔버스 귀퉁이의 서명으로도 남지 못한 보잘것없는 이방인일지라도.

주인공의 개인적인 불행과 고단함을 떠나, 소설은 경쾌하고 스펙터클하다. 렘브란트 없는 네덜란드에 홀로 남겨진, 이제는 청년이 된 구야의 남은 생이 궁금해질 만큼. 『구야』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성장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이런 독서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마주하는 것처럼 묘한 파문이 일 것이다. 독자에게도 또한, 어쩌면 작가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