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리뷰] 『강양구의 강한 과학』 리뷰―과학책의 미로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지도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 관장)

Körperliche Symptome sind Schmerzen im Unterleib und die billige Pillen und pünktliche Lieferung anbieten. Erschienen in “Nature Communications” oder manchmal merkten die Ärzte an dieser Stelle bei den Patienten die folgenden Probleme und aber solche körperlichen Faktoren haben weniger Einfluss auf Sie.

강연을 하고 나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가 과학을 좋아하게 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짐작하겠지만 답은 없다. 세상은 넓고 좋은 과학책은 많다.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서 직접 고르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좋은 책을 고르게 될 것이다. 나는 대개 “부모님은 어떤 과학책을 읽으셨나요?”라고 되묻는다.

사람들은 쉽고 재밌는 과학책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책은 없다. 과학은 원래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만 어려운 게 아니다. 역사, 철학, 경제, 예술 모두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어로 되어 있다. 하지만 과학은 언어가 다르다. 수학이라는 비자연어로 서술된다. 수학을 자연어로 번역한 책이 바로 교양 과학서다. 인문서가 잘 읽히는 사람에게는 과학책도 나름 잘 읽히기 마련이다.

궁금하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걸까?” 선생님도 궁금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한다. 나는 독후감 활동을 시키는 것은 독서 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후감 숙제를 하느라 책을 멀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도 그랬다. 성인이 된 다음에는 서평을 쓰게 됐다. 그래야 제대로 읽었는지 다른 이의 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책의 미로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책이 있다. 바로 책에 관한 책이다. 요즘은 과학책을 해설한 책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그 많은 해설서들이 다루고 있는 책들이 천편일률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 아니 읽었다고 여겨지는 책에 대해 해설하겠다는 친절함 때문이다. 하지만 『강양구의 강한 과학―과학 고전 읽기』는 다르다.

저자 강양구 과학 전문 기자는 나긋나긋한 사람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의 평에 편승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하면서 솔직한 시각으로 평가한다. 처음에는 당혹스럽다. 하지만 몇 챕터 넘어가면 익숙해진다. 책 한 권만 보지 말고 그 책이 등장했던 당시의 복잡한 사회 맥락을 살피는 방식에 설득된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혁명의 구조』 『이중나선』 『부분과 전체』 『이기적 유전자』 『침묵의 봄』 『코스모스』 『두 문화』 『내 안의 유인원』 『인간 본성에 대하여』 『스피노자의 뇌』 『생명이란 무엇인가』 『카오스』 『링크』와 아마도 이 글의 독자가 잘 모를 10권을 합해서 23권에 대한 해설과 평이 실려 있다.

아마 23권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이기적 유전자』와 『코스모스』일 것이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 고전을 정의한 대로 “모두가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일 가능성이 크다.

강양구 기자는 『코스모스』 편을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이 글을 읽는 친구는 지금 “끝없는 우주”와 “무한한 시간” 속에서 “같은 행성”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 때문에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나요? 아,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군요. 이 글을 통해서 『코스모스』를 쓴 세이건과 드루얀, 또 저와 당신 사이에 관계의 고리가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_144쪽

감동적이다. 하지만 이런 호의를 볼 수 있는 곳은 『침묵의 봄』 『생명이란 무엇인가』 『카오스』 『링크』 편 정도다. 그렇다면 어느 책이 공격의 대상일까? 아마도 『이기적 유전자』라고 답할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와 두 번 인터뷰했다. 그는 “아직도 한국에서 『이기적 유전자』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의 대표작은 이 책이 아니라 『확장된 표현형』이다”라고 말했다(나는 『지상 최대의 쇼』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한다).

강양구 기자는 도킨스를 인터뷰한 적도 없으면서 제대로 짚었다. 도킨스는 “인간은 유전자가 자기 자신을 보존할 목적으로 만든 생존 기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책이 출간된 건 1976년의 일이다.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1 유전자 1 단백질 이론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후성유전학으로 말미암아 이젠 더 이상 본성이냐 양육이냐 따위의 양자택일 질문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아직도 그렇게 열심히 읽는가?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생님도 그 책을 제대로 읽은 바 없기 때문이다.

스노의 『두 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그냥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읽었던 지난 시절의 나이브한 독서를 깊이 반성하게 했다.

지금도 『두 문화』는 두 문화 간의 갈등이 야기한 여러 문제를 ‘중립적인’ 위치에서 지적하고 대안을 찾는 책으로 여겨집니다. 〔……〕 사실 이 책은 두 문화의 한쪽에서 다른 한쪽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책입니다. 〔……〕 과학도 모르면서 지식인 행세를 하는 이른바 ‘문과’ 지식인을 조롱하고 질타합니다. _148~149쪽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에 대한 비판은 더 수위가 높다. 한때 내 영웅이었던 하이젠베르크는 똑똑한 개자식일지도 모른다. 맙소사! 이 챕터를 반복해서 읽었다. 그리고 강양구 기자의 입장에 결국 동의하고 말았다. 이 책 해설만 읽어도 책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과학 고전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성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데 아직도 『이기적 유전자』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강양구의 강한 과학―과학 고전 읽기』에는 각 챕터마다 함께 읽을 책과 더 읽을 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권말에는 거론된 책을 다시 짧게 정리했다. 마치 과학책 지도와 같은 느낌이다.

강양구 기자의 말대로 과학은 강하다. 우리 삶을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과학은 과학자의 이해관계와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폭넓은 독서, 깊이 있는 독서, 비판적인 독서가 필요한 까닭이다. 21세기다. 21세기답게 읽고 생각하자.

과학책을 안 읽을 때는 차라리 낫다. 모르니까 자유롭다. 하지만 과학책의 세계에 빠지면 어느덧 미로에 갇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과학이라는 미노타우루스에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다. 자신이 테세우스처럼 용맹해도 소용없다. 빠져나가지 못한다. 『강양구의 강한 과학―과학 고전 읽기』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우리를 미로의 출구로 이끌 것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