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리뷰 연재] 오선지 위에 쓰인 글(시인 박연준)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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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 위에 쓰인 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

박연준(시인)

 

침묵, 그러고 나서*

Y. A. 당신은 재능을 타고났나요?
M. D. 그래. 그런 것 같아.

쓴다는 것은 말의 리듬과 아주 가깝다.

 

음식을 말하기 좋을 때는 배가 고플 때고, 여행을 말하기 좋을 때는 여행에 굶주렸을 때다. 사랑을 말하기 좋을 때는? 사랑에서 멀어졌을 때다. 너무 가깝지 않을 때, 아주 영영은 아니고, 모퉁이를 돌아 사랑이 ‘막 사라지던 풍경’이 눈앞에 어릿어릿 보이는 것 같을 때. 열기가 사라진 사랑은 이리저리 들춰보아도 화상火傷을 입지 않는다. 그때야 사랑은 충분히 ‘말해질’ 여유를 갖는다. 그런데 어떤 사랑 얘기는 사랑 주변을 걸으며, 안으로 더디게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음으로, 사랑의 범주를 넓힌다. 이건 고수만이 할 수 있다.

뒤라스는 『고독한 글쓰기』란 책에서 “쓴다는 것은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소리 없이 울부짖는 것이다”라고 썼다. 글은 소리가 사라진 말이다. 침묵 속에서 문장을 이어갈 때, 문장 사이사이에는 작가의 호흡과 리듬이 밴다. 글은 단순히 문자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리듬을 동반한 말’이다. 리듬을 동반할 때 말은 노래나 음악이 된다. 음악은 ‘고양된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뒤라스가 작품 제목으로 「라 뮤지카」(희곡), 『모데라토 칸타빌레』 등 음악 용어를 종종 썼는데, 작품이 입체적인 음악의 형태로 보이길 바라서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뒤라스의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태평양의 방파제』 『연인』 『부영사』 등의 소설에서 잇달아 실패한 연인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허공에 목이 걸려 끌려 다니는 연인들’이다. 그들은 모호하거나 복잡한 이유로 사랑에 실패하거나 실패한 줄도 모른 채 이별한다. 나는 뒤라스의 작품 중에서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가장 좋아한다. 이 소설은 ‘소설 중의 소설’이며, ‘별들 사이에 자리한 단 하나의 달’이다. 완벽한 소설이 있다면 이래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사랑 이야기다. 터지지 않고, 터지기 직전의 상태를 다룬 이야기. 사랑이 풍선처럼 터진다면, 이야기에 푹 젖을 수 있다. 이야기를 몸에 묻히고 음미하고,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터질 것 같은 상태를 유지하다 끝난 사랑이라면? 사랑을 그리다 완성하지 못하고 절정에서 멈춰버린 사랑이라면? 이야기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모데라토 칸타빌레』에 등장하는 안 데바레드와 쇼뱅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사랑을 ‘그려보는’ 사이다. 그려보는 게 다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사랑으로) 넘칠 것처럼 위험해 보인다. 그들은 공장 노동자들이 술을 마시러 오는 카페에서 만나 치정 살인 사건에 대해 얘기한다. 죽은 여자와 여자를 죽인 남자의 심정을 추측하고, 죽어가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 여자와 미쳐버린 남자에 대해 얘기한다. 두 사람은 대사와 움직임만으로 춤을 춘다(이때 소설은 음악으로 흐른다). 절제된 방식으로, 흘러넘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그들은 사랑에 관해 말함으로 사랑을 유예한다. 키스하지 않음으로 절정에 오른다. 두 사람은 언어로, 언어 속에 관능을 숨긴다. 이 소설에서 언어는 관능을 숨기는 방패가 된다. 끈적한 관능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고 살이 없는, 뾰족이 날 선 에로스가 탄생한다. 안 데바레드는 신경질적이다. (사랑이) 넘칠까 봐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인물의 심리묘사나 서사가 절제되기 때문에, 대사가 소설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대사는 인물 정보와 감정 전달을 넘어서 인물의 심리 변화, 시간의 흐름,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단서를 담아낸다. 작품에서 말하지 않은 것은 말해진 것보다 더 중요하다. 말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음악처럼 연주되고 변주되다, 악보가 끝나는 지점에서 돌연 멈춘다.

뒤라스는 내가 가장 영향을 받은 작가다. 나는 뒤라스에게 언어의 리듬, 이야기를 끌고 나아가는 방식을 배웠다. 사랑을 그리는 법과 시 쓰는 법을 배웠다. 나는 뒤라스가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며 시를 썼고, 뒤라스의 작품을 탐독하며 글에는 음악이 흘러야 함을 배웠다. 한동안 시를 오선지 노트에 썼다. 뒤라스는 이야기를 우아하게 이끌며, 책에 시적 에너지가 깃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다. 감각적이고 지적이며, 풍부한 동시에 간결한 쓰기!

십 년도 더 전에 우리나라에서 영화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상영되었다. 이 소설을 나만큼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기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안 보면 평생 후회할 텐데?” 협박해도 친구들은 거절했다. 나는 어두운 극장에 앉아 흑백영화를 보면서 행복했다. 이 소설을 아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아서, 영화까지 본 사람은 더욱 적어서 벅찼다! 혼자서만 ‘너무 좋은 것’을 품고, 누린다는 기분 때문에!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답고 짧은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뒤라스 스타일.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에 당신도 흠뻑 빠지길 바란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게 다예요』, 고종석 옮김, 문학동네, 1996년, 17쪽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