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 교육』
(책따세, 문학과지성사, 2018)
정형근(서울 정원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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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책을 남긴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내 인생의 책’을 남기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보람되다. 그래서인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남겼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세상에 다녀간 사람의 수를 생각하면 자신의 발자취를 책으로 남기고 간 사람은 정말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쓰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추측은 책 한 권을 5~6년째 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기인한 탓도 있다. 5~6년 동안 덜어내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누구보다도 책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경험했다. 그런데 우연히 이토록 어려운 책쓰기를 교사도 아닌 학생들과 함께 해나가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솔직히 처음에 소문을 들었을 때는 ‘해보다가 지쳐 그만두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주변의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 교육』을 얻어 읽으면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식으로 작문 교육을 받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두려워하는 책쓰기를 학생들이 해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운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책에 빠져들수록 나는 이 책을 쓰신 선생님들의 고민과 노하우를 깊이 느끼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두려웠을까? 교사들이 모여 ‘책따세’라는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많은 논의와 조언을 통해 틀을 잡아갔을지 상상이 되면서 존경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저자들이 ‘나만의 책쓰기 지도 과정’에 대해 담담하게 사례 중심으로 진술하고 있지만,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정립이나 글쓰기 활동 자체에 대한 신념 등을 행간 행간에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모든 단계마다 낯설어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피드백 과정에서 행복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을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왠지 모를 감동까지 느껴졌다.
지난 5~6년 동안 글쓰기 관련 책을 쓴답시고 서점과 도서관을 꽤나 들락거렸다. 서점과 도서관에는 글쓰기와 관련된 훌륭한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도리어 이렇게 훌륭한 책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이 질문은 지금도 내가 잘 풀리지 않는 글쓰기를 붙잡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 교육』을 읽으면서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글쓰기의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시한 내용에 대해 체계적이고 실제적으로 피드백 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글쓰기 책에서도 ‘주제 정하기―개요 짜기―내용 조직하기―내용 구성하기―퇴고하기’의 절차를 안내하면서 이 절차를 잘 수행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이 절차를 지킨다고 해서 글이 잘 써진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사실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피드백이다. 우리나라의 글쓰기 교육은 과정과 절차에만 매몰되어 학생들이 쓴 글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단계별 지도 절차에 따르면 학생들에 대한 피드백 없이 ‘나만의 책쓰기’는 절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글쓰기는 이 글의 저자들이 말했듯이, 그렇게 계획적이지도 단계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쓰게 할 수는 없는 일,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책이 보여준 것처럼 단계를 제시하고 실행한 후 피드백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감동과 희망을 맛본 부분은 국어 교과를 넘어서는 책쓰기 프로젝트를 제시한 곳이다. 흔히들 책쓰기는 국어 교과의 전유물이자 책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국어 교과 이외에 수학, 과학 심지어는 교과를 초월해서 그림책의 영역에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나를 알아가는 책쓰기’를 통해 읽기와 쓰기가 통합된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2015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통합 및 융합의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는 예가 될 수 있으며, 자유학기제나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수업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미디어의 시대에 미디어를 읽고 쓰는 능력과 관련된 리터러시(literacy)를 수업 시간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시는 교사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나는 ‘사람은 왜 쓸까?’라는 명제를 떠올렸다. 아마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면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남의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듣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나는 수업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매개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해왔던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그간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남의 이야기를 꾹 참고 들어준 것은 아닐까? 나는 적어도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얼마나 주었던 것일까?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마당을 깔아주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이 책은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