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리뷰] 간사지 이야기—상실 속에서도 여전히 붙잡은 희망(김찬호, 사회학자)

『간사지 이야기
(최시한 연작소설, 문학과지성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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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사회학자, 『모멸감』 저자)

토박이 지명에는 그 고장의 풍토와 서정이 담겨 있다. ‘간사지’는 간석지나 간척지보다 어감이 한결 부드럽다. 갯벌을 메워 만들어진 땅, 생명이 척박한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은 사람들의 몸짓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야기’라는 단어와도 결이 잘 맞는다. 잔잔한 흡입력을 갖는 제목의 이 소설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 그 잉여 지대에서 꿈틀거리는 삶의 생태계를 증언하고 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블록체인…… 숨 가쁘게 변모하는 세상이다. 아득한 시절 변방에서 벌어진 인간사에 잠시 시선을 돌려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의 일상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추억을 따라서 간사지를 순례하다 보면 사람살이의 넓고 깊은 지평이 열린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생애를 날줄과 씨줄로 엮으면서 마을의 역사를 빚어내고 있다. 아픈 몸으로 자식들 뒷바라지하면서 인간의 도리를 일깨워주신 어머니, 일제에 징용당해 다리에 병을 얻었지만 농업과 어업과 부동산 투자 등으로 집안의 기반을 마련한 아버지, 술주정꾼 아비는 마을에서 종적을 감추었고 어머니와 애옥살이하다가 똥섬을 떠난 진석이, 근방에서 제일가는 수재로 유명했지만 서울의 일류 대학에 입학한 후 데모를 하다가 복잡한 일에 얽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선호 형, 갑갑한 고향을 탈출해 서울 영등포 공장에 취직하고 싶어서 가족 몰래 주인공의 상경 길을 따라나서는 경숙이 누나……
이 모든 파노라마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맥락 속에서 전개된다. 간척 사업은 돌진적 개발의 전형이고, 슬레이트 지붕과 새마을 모자는 근대적 동원체제의 표징이며, 쇠락해가는 농업 그리고 주민들의 육신을 파멸시키는 농약과 석면은 물신 숭배의 암울한 그늘이다. ‘잘 살아보세’ 외치면서 국토를 넓혔건만 민초들은 생존이 버거워져서 하나둘씩 고향을 등진다. 압축 성장으로 내달려온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궁핍한 시절을 견디게 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험한 세상 건너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기꺼이 다리가 되어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청소년 시절 고향에 내려가는 열차에서 깜빡 졸다가 자정 가까이에 엉뚱하게 대천역에서 내려 어찌할 바 모르는 작가에게 석탄을 운반하는 어느 트럭 운전사가 불쑥 손을 내밀어 고향 근처까지 동승시켜준다(「첫눈」). 고달픈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투박한 힘으로 하루하루를 밀고 나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작가는 모종의 경외감을 느끼는 듯하다. 그렇듯 이웃들과 짧게 또는 길게 나눈 따스함은 소설의 곳곳에 묵직한 여운으로 흐른다.
다른 한편, “평생 껌껌헌 디 갇혀 사는”(165쪽)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몸으로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말더듬이 진석이는 「섬집 아기」 2절을 즐겨 불렀는데, 곡조는 엉망이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전혀 더듬지 않는다. 정월 대보름이나 단오에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 놀 때 작가의 어머니는 잣대를 코에 대고 슬슬 문지르며 소리를 내는 이상한 연주를 하여 사람들을 열광시켰는데, 그때 당신의 얼굴은 여느 때와 다른 낯설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우리 집과 간사지 동네를 떠나 있었고,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얼굴에서 화안한 빛이 났다. _64쪽

소설은 작가가 교사가 된 이후 부천에서 열린 ‘잔치’로 마무리되고 있다. 혈육이 아니지만 어린 시절 집에서 함께 살았던 성미 누나의 뒤늦은 결혼 파티였다. 이미 아이가 둘인지라 예식 없이 기념 촬영만 하고 피로연을 가졌다. 이제 막 도시화가 시작된 동네의 어느 언덕, 몇백 년 묵은 은행나무 아래에 간사지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랜만의 상봉이라 반가운 인사와 안부가 오가지만, 저마다 험난한 세월을 통과하며 부대끼고 얼룩진 흔적들도 확인되는 만남이다. 청순한 정(情)으로 서로를 환대하면서도, 속물의 힘에 짓눌린 응어리들이 불현듯 드러난다. 작가는 잠깐씩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느끼게 된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간사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인적이 사라져가는 마을의 기억은 오늘 어떤 흔적으로 떠오르는가. 작가의 회상 속에 펼쳐지는 풍경은 과거 시제에 묶여 있지 않다. 사라져가는 것 또는 잃어버린 것들을 검색하면서 우리는 현재의 얼룩진 자화상을 너그럽게 끌어안을 수 있다. 그런 상실 속에서도 여전히 붙잡고 있는 소망을 통해, 너와 나의 존재 가능성을 드넓게 조망할 수 있다. 인간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간사지 이야기』는 그 질문으로 우리를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