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지 이야기』
(최시한 연작소설, 문학과지성사, 2017)
정혜윤(PD·작가)
우리 아버지는 느티나무를 기른 다음에 나무가 커다랗게 자라자 트럭을 불러서 그 느티나무들을 옮기게 했다. 내 어머니와 함께 그 그늘 아래 평상을 놓고 상추쌈을 하던 나무였다. 나는 나무들을 어디로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로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내게 어린아이들이 남몰래 혼자 울고 싶을 때 몸을 기대서 울 수 있는 곳이 학교 안에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나무에 기대서 울면 좋지 않겠느냐?” 『간사지 이야기』를 읽다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났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이런 책에 기대서 울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좋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뜻하지 않게 좀 울었다. ‘맞아, 인간의 마음이란 게 이런 거였지!’ ‘오래전에는 다들 이렇게 말하고 살았겠지?’ 이런 생각이 도처에서 들었다. 읽기 전보다 훨씬 마음이 다정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그게 뭐 그리 거창한 말 때문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주인공 ‘나’의 ‘아버지’는 추석을 앞두고 새끼로 돼지고기 한 덩이를 바구니에 담아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한다. “노인을 모시고 있으니, 갖다 디리구 오너라. 내가 뭇 가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디리구.”(16쪽) (우리 할머니도 노인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명절 때마다 작은 선물과 돌봄을 많이 받았었다.) ‘나’의 ‘어머니’는 간사지를 떠나는 ‘진석이’ 가족에게 사는 게 어려우면 언제든지 간사지로 돌아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진석이한테 무어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냥 마당가까지 주춤주춤 따라만 갔다. 그때 진석이가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잘 있으라고 또렷이 말했다. 나는 불쑥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어른들이 하는 악수를 한 셈이었다.”(59쪽)
친구와 이렇게 이별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우리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아쉬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진석이가 떠난 뒤 음악책을 보다가 진석이가 갓난 동생을 돌보면서 「섬집 아기」 노래를 하필이면 1절이 아니라 2절을 부른 이유를 짐작해본다.
아기는 잠을 곤히/자고 있지만//갈매기 울음소리/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머리에 이고//엄마는 모랫길을/달려옵니다 [……]
‘갈매기 울음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꼭 아이 우는 소리 같았다. (57~59쪽)
우리 마음이란 것을 이렇게 헤아려 보는 일에 쓸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런 마음의 배경에 달빛이 흐르고 꽃이 가득하고 첫눈이 내린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만 있다면 참 좋은 것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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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뒤로 갈수록 결코 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이 상상하는 그런 악수를 하지 않는다. 느티나무도 잘려나간다. 우리는 마지못해 삶 속으로 들어간 것이 맞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더 이상 밝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슬픔은 좋은 것이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아는 사람의 슬픔이므로.
어떤 기억은 구원이 될 수 있다. 어머니, 아버지, 진석아. 이렇게 이름을 부르고 몇 마디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따뜻함, 인간적인 느낌이 밀려올 때가 있다. 우리는 더 잘 사랑하고 더 잘 돌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