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리뷰] 사람 맛 나는 세상이 그립다! (이상윤 이사)

시골생활_입체

 

『시골생활』(정상순 지음, 2015)

이상윤(사단법인 ‘숲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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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나라는 경제와 경쟁이 판을 치며 요동할 모양이다. 정치꾼들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지고 볶고 난리다. 잘 먹고 잘 사는 일, 절실하다. 개 사룟값보다 못한 쌀값, 그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입장에서 이 나라는 살 만한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시골살이’를 꿈꾸고 그 일을 나누는 이웃이 있다면…… 더욱이 그 생활이 재미지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지리산에서 이렇게 살 줄 몰랐지?’란 부제가 붙은 책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다. 시샘하거나 부러워하라는 암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책을 펼치면 지리산 둘레의 사람 사는 이야기와 지리산이 주는 평온함 같은 진솔한 이야기가 묻어 있다.

지리산은 참 넓다. 3개 도 5개 시군을 끼고 있으니, 지리산 둘레를 잇는 ‘지리산둘레길’은 300킬로미터에 이른다.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산청 · 하동 · 함양. 제각기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지리산 아래 깃들어 사는 사람들은 그저 지리산 사람이다.

마을마다 지리산 둘레를 찾는 사람들이 고향의 정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길손들이 평화롭게 그저 무탈하게 지리산을 다녀가길 이곳 사람들은 빈다.

그런 이웃들이 어떻게,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시골생활』에 잘 나타나 있다. 도시에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배운 가락을 이웃과 나누는 개인, ‘지역살이’를 고민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조합, 이웃과 더불어 문화를 나누며 관계 맺는 극단, 지역 도서관, 대안 학교, 생계와 나눔을 일치시켜 보려는 청춘식당과 카페. 지리산에서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지리산을 한 몸으로 모시고 활동하는 사회단체와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지도와 부록으로 정리해두었다.

『시골생활』은 커뮤니티와 협동, 나눔의 실험 정신이 지리산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전한다. 지리산에서 온몸과 맘으로 약 15년을 몸 · 맘앓이 하며 버티는 정상순 님의 현장 취재기이기도 하다.

왜 지리산에 든 사람들은 애써 자연과 이웃을 외면하지 못할까?
지리산이 그리워 환갑이 된 나이에 천왕봉이 보이는 덕산(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들어 후학을 가르치고 스스로를 겸허하게 사신 남명 선생의 ‘看山 看水 看人 看世(간산 간수 간인 간세, 산을 보고 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가 이 책 『시골생활』 페이지마다 묻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이 좌충우돌 실험일지 모른다는 고백을 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지리산 ‘시골살이’는 하나하나 소중한 기억들이다. 우리가 지구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도 ‘시골살이’는 계속 되어야 한다.

나 역시 ‘시골살이’의 일원으로 20여 년을 살고 있다. 섬진강을 사랑했고 4대강 사업이 펼쳐지기 전 섬진강꽃길지키기를 했다. 지금은 말끔한 4차선으로 길이 닦였고 차들이 쌩쌩 달린다. 멈출 수 있을까. 빠르고 더 많이 가지려는 속도를…… 여전히 숙제를 안고 산다. 그게 편하니까.

남원 상황마을 다락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