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배우는 글읽기』(제3판)
(최시한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6)

정형근(서울 정원여자중학교 교사)

‘글읽기’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글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가? 서점에 나와 보면 글읽기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자신이 읽으면서 감동을 받거나 유익했던 책을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은 많지 않다. 그것도 추상적인 글읽기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작품의 분석을 통해 글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 책은 매우 드문 편이다.

이런 풍토에서 최시한 교수가 수필을 제재로 하여 읽기의 방법과 실제를 안내한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제3판)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다. 청량제 하면 무더운 여름의 더위를 누그러뜨리는 소나기나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지만, 사실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는 은은하고 담담하게 뜨거운 빛을 막아주면서 나그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는 나무 그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다.

당연히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는 ‘수필’을 제재로 삼아 수필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글을 읽는 방법과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재가 수필이어서 그렇지 사실 글을 읽고 분석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을 대하는 학생들은 대개 두 가지 정도의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우선, 글을 분석하면서 꼼꼼하게 읽는 자세와 글의 논리적 분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어렵게 느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그동안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소홀히 해왔던 꼼꼼하게 읽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동시에 꼼꼼한 분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평가하는 근거 있는 해석의 사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려운 읽기 방법을 곳곳에 숨겨 놓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읽어야 하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하며, 읽어낸 것을 바탕으로 텍스트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는가를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또 ‘보람이’라는 학생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앞에서 배운 내용을 연습 문제를 통해 복습하고, 새로운 상황을 제시하면서 문제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실습하면서 학생들은 읽는 힘을 얻을 것이고, 여기에서 터득한 읽기 능력은 다른 텍스트(신문, 소설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시일 수도 있는)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으로 발전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맛보는 사람은 나그네와 같이 뜨거운 빛이 내리쬐는 거리를 지나온 사람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집에서 온 사람은 아무래도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덜 느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실제로 글을 읽으면서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잘 해설된 내용을 듣거나, 잘 분석된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는 글을 읽는 능력을 얻기는 어렵다. 힘이 들더라도 차근차근 글을 분석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을 연습할 때 비로소 읽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거리의 뜨거움을 경험한 사람이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느끼듯이, 글을 가지고 씨름한 사람만이 글 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는 글읽기의 치열함과 즐거움을 맛보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