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리뷰] 『강양구의 강한 과학』 리뷰―과학에 물음표를 붙이는 연습 김찬호(사회학자, 『모멸감』 저자)

김찬호(사회학자, 『모멸감』 저자)

 

과학은 난해한 학문이지만, 우리는 그 공부에 거국적으로 몰두할 기회를 종종 갖는다. 황우석 박사가 해냈다는 줄기세포 복제의 진위 여부를 가리면서,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갑론을박하면서, 천안함과 세월호 침몰에 대한 상반된 설명들을 접하면서, 이세돌을 물리친 알파고의 위력에 놀라면서, 코로나 백신의 제품별 안전성을 비교하면서…… 과학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대중의 관심도 깊어진다. 그런 추세에 걸맞게 교양 수준의 과학 서적과 강좌 들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 과학자들이 등장하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종도 생겨났다.
근대 과학은 만물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규명하려고 한다. 객관적 증거를 찾아 관련 변수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아내 대상을 통제하고 조작한다. 세상을 빠르게 바꿔놓는 그 탁월함에 압도되면서, 우리는 과학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하면 감히 논박하지 못하는 것이다. 엄밀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으로 추출된 결과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은 사물과 현상의 원리를 객관적으로 드러내면서 확고부동한 진리를 구축하는가? 그리고 과학자들은 인류의 보편적인 행복에 봉사하는가?
『강양구의 강한 과학―과학 고전 읽기』는 그런 질문에서 쓰인 책이다. 20세기와 21세기에 쓰인 고전 23권을 중심으로, 과학적 지식의 생성과 수용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학부에서 생물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력에 걸맞게 저자는 과학사회학의 관점에서 과학의 흐름을 짚어준다. 주제와 쟁점들이 성립되는 과정, 여러 갈래의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는 역사적 맥락을 규명하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거장들이 범한 실수와 오류, 한때 각광을 받았지만 곧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판명된 견해들을 되짚어보면서 진리를 향한 여정이 얼마나 굴곡진 것인지를 새삼 확인한다.
저자는 지식을 다루는 과학자들의 행태에 주목한다. 객관성과 합리성을 표방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다른 집단에서 드러나는 편파성과 비합리성, 욕망과 두려움 등에 곧잘 휩쓸린다. 주류 이론에 대한 비판에 귀를 닫고 끼리끼리 배타적인 결속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고수하기 일쑤다. 공명심에 끌려 자기의 이미지를 포장하고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런가 하면 원자탄의 위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항복 직전에 있는 일본에 불필요하게 투하하도록 몰아간 과학자들처럼, 학문적 야망을 위해 양심을 저버린 경우도 있다.
반면에 DDT의 해로움을 파헤친 레이철 카슨, 유전자 조작의 위험을 경고한 존 벡위드, 고릴라를 마구잡이로 포획하는 밀렵꾼들에 맞서다가 살해된 포시 등 인류와 생명권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과학의 탐구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넘어선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해도, 그 결과가 현실에 적용되는 방식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과학자들 개개인의 소명과 윤리 의식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연구가 이뤄지는 조건과 그것이 실행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과 토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과학 교양은 지적인 허영이 아니라 시대를 책임지는 시민적 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에토스를 배양하는 촉매제로 다가온다. 점점 막강해지는 과학이 신비화 또는 우상화되지 않도록 물음표를 붙이는 연습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실험 결과나 통계 수치를 달고 쏟아지는 과학 뉴스들의 신빙성을 의심해보고,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는 과학자의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직관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감명을 받고 강의에서 자주 소개해왔는데, 그 주장의 허점을 이 책을 통해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이나 스노의 『두 문화』에 대한 통념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수많은 책들이 매일 쏟아지고 온갖 정보들이 쇄도하는 세상에서, 지식의 흐름을 읽어주고 좌표를 잡아주는 길잡이가 점점 중요해진다. 숨 가쁜 혁신을 거듭하는 과학의 경우, 그 논의와 연구의 지형을 매핑하면서 바람직한 지향을 안내하는 큐레이션이 절실하다. 저널리즘의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는 강양구 기자의 이번 책은 과학이 삶과 세계에 어떻게 접맥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