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리뷰] 간사지 이야기—기억의 나래를 펴고(김석희, 소설가·번역가)

『간사지 이야기
(최시한 연작소설, 문학과지성사, 2017)

김석희(소설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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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나이가 되었을 때, 불현듯 ‘무근성’이 보고파서 길을 나선 적이 있습니다. 무근성은 제주 시내에 있는 동네 이름인데, 내가 태어나 자랐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제주를 떠날 때까지 살았던 곳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의 중심지였으나, 그 후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구도심인 이곳은 쇠락하여 공동화 현상마저 겪게 되었지요. 귀향한 지 몇 해가 지났는데도 몇 번 언저리에서 기웃거리기만 했을 뿐, 그 속창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폐허처럼 을씨년스럽게 변한 꼴을 목도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이지요.
그날은 그렇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무근성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없어진 길도 있고 새로 생긴 길도 있었습니다. 생뚱맞게 느껴지는 슬라브 건물도 있고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초가집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한때 살았던 집터엔 새 집이, 그러나 오래전에 지어져 있었습니다. 그 짧은 나절의 여행은 눈앞의 현실과 아련한 기억 속의 과거를 오가는 시간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군데군데 폐가가 있을 정도로 쇠락한 풍경이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곳곳에 아기자기한 구석들이 남아 있어서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어린 내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아 저릿했습니다. 아니, 어떤 곳에서는 딱지치기나 자치기를 하고 있는 나와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녀석에게 “자, 봐라! 이게 너의 반세기 뒤의 모습이다” 하면서 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때 만난 어린 내가 얼마나 안타깝고 그립던지, 걸핏하면 옛날로 돌아가 그 아이를 찾아 헤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눈을 감으면 기억 속의 곳곳에서 그 아이가 나타나, 때로는 먹먹하게, 때로는 간절하게,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그 후 손자를 보고 나자, 이제는 그 아이를 불러내어 함께 뛰놀게 하고 싶어졌지요. 그러면 그 아이는 제 손자인 아이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언젠가 최시한과 밥을 먹다가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나고 자란 ‘간사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맞장구를 치더군요. 올 초에 만났을 때 쓰고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는데, 게으른 나는 아직도 쓰고 있건만, 성실한 그는 다 써서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내가 이 책의 독후감을 쓰게 된 까닭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1973년이므로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사귀어온 셈인데, 그런데도 우리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눈 적이 별로 없습니다. 각자의 고향이 달라, 성장한 시기는 같더라도 그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에서 서로를 이어줄 끈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성격도 한몫 했겠지요. 둘 다 좀 점잖은(?) 편이라서, 굳이 상대의 속내를 파내려 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간사지 이야기』에는 내가 그를 만나기 이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 이야기를 글로나마 듣게 된 것이 참 반갑습니다.
작가들 중에는 나이가 지긋해진 뒤에 어린 시절을 회고록에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상력이 약해진 탓에 기억에라도 기대고 싶은 심사가 그런 글쓰기를 부추기는 것이겠지요.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장폴 사르트르의 『말』을 들 수 있겠는데, 두 사람 다 공교롭게도 환갑을 두 해 앞둔 나이에 책을 썼군요.
위 책들에 비하면 『간사지 이야기』는 소품입니다. 책의 크기도 작고 내용도 소박합니다. 하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그 섬세한 묘사와 아기자기한 일화들을 읽노라면, 마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는 듯합니다. 그래서 훈훈한 입김을 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글 속 마디마다, 책 속 갈피마다, 작가의 ‘어린 나’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자전적 연작소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한국전쟁이 끝난 무렵 태어나 혼란과 궁핍의 연대를 견디며 자란 우리 세대에게 『간사지 이야기』는 뜻밖에 소중한 성과이기도 합니다. 그 시대에 소년기를 보내며 세상에 눈을 뜬 이야기가, 희한하게도 우리 문학에는 흔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을 한 편의 성장소설로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간사지 이야기』는 또 하나의 연작소설이자 성장소설인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이후 20년 만에 쓴 작품입니다. 그러니 최시한이 이 책을 펴낸 것은 소설 쓰기에 다시 나섰다고, 재개업을 광고한 거나 마찬가지지요. 나는 그게 더 반갑고 기쁩니다. 우리는 대학시절부터 꽤 진지하게 문학을 이야기하고, 소설가가 된 뒤에는 말없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격려가 되었는데(그는 대학에서 가르치느라, 나는 번역에 종사하느라 창작에 매진하지 못했던 점은 아쉽지만요), 이제 그가 다시 시작했으니 나도 힘입어 분발해야겠지요. 그렇게 노년을 즐기며 보낼 수 있다면, 문학에 매달려 살아온 인생이 그런대로 유의미하지 않겠습니까.